히말라야 예언자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북인도, 티베트의 라싸... 별들이 쏟아지는 곳 어느 골짝
너무 무책임한 서정시를 쓰는 시인일지라도 인류와 지구와 심지어는 물질 체제를
생각하고 번민하게 되는, 스며드는 온갖 기운들에 소스라치게 되던 그 고산, 그 산정...
꼬부랑 길에서 스치듯 예언자들을 만났다. 분화구 밖의 삶처럼 안온한 나를 향해 활화산의
기개들이 걸어서 찾아왔다. 쭈글쭈글 말라가는 셋집 옥상 위의 빨래들이 마치 그 산에서
만난 깃발들 같을 때, 나는 서울과 광주와 대구와 부산의 거리에서 그를 기억한다.
염소 몇마리, 돌로 지은 캄캄한 집, 테레비도 없이 아는 것이라고는 경전 몇마디...
별이 빛나면 별처럼 똑같이 빛나던 눈빛... 군더더기 없이 간소한 그의 움막에서 염소젖으로
만든 차를 마시고 돌아서면 내 가슴에도 자유라는 가난, 자유라는 심플 마인드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예언자는 말로 말하지 않고, 삶으로 내게 말하고 있었다.
임의진/ 시인. <여행자의 노래> 등 월드뮤직 음반 다수 발매.
세계 곳곳 오지 여행에서 돌아와 그림전, 사진전을 여러번 가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