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흔한 철탑과 십자가를 보다가, 여느 목회자들과 다른 설교가 마음에 남는다. ‘축복보다는 감사에, 부유함보다는 자족에, 기적보다는 일상에 집중하자’고 주장하며, ‘열광의 도가니 대신 사랑의 도가니’를 꿈꾸고, ‘불의와 전쟁이 판치는 세상에 정의와 생명, 평화를 이야기하는 것이야말로 방언이요, 예언’이라 말하며, ‘우리 안에, 사랑 안에’ ‘신은 가까이 계신다’고 믿는다는 비장한 ‘시골편지’(경향신문 2011년 8월4일자)다. 그 필자의 편지엔 사람 사는 일상의 끈끈한 정이 묻어 있고, 투박하지만 구수한 사투리가 녹아 있다. 무엇보다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의 편에 서며 세상의 아픔을 껴안으려는 마음이 푸근하다. 글에 곁들인 그림은 미술학원 다니지 않은 아이가 그린 듯 천진하다. 어쩐지 비감이 묻어 있다고 느낀 날, 연재를 마친단다. 그가 꿈꾸는 ‘찬송가를 부르며 박수를 치는 일도 없고, 아멘을 크게 외치는 일도 없는 조용한 교회’의 건축적 자세는 필시 작고, 낮고, 소박하며, 가난하며, 눈에 띄지 않으리라. 성전이라 불리며 높게 솟아 이웃집에 그늘을 드리우는 허망은 더욱 없으리라. 일면식도 없는 그에게 십자가보다 더 반가운 까치집 사진 한 장 보낸다. 그동안 글 잘 읽었다는 고마움으로.
(8월 8일/ 경향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