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꺠춤 임의진, 떠돌이 별이 머무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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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이 순대
글쓴이 : master 날짜 : 2020-05-13 (수) 16:30 조회 :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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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한 분들은 함경도식 아바이 순대를 잊지 못한다. 실향민들이 즐겨 먹다가 1990년대 들어 국밥집 간판에 떳떳이 걸리게 되었다. 지역마다 순대 종류가 다르고 국밥도 차이가 제법 있다. 어버이날 아바이 순대를 먹으면서 철조망 건너편 아슴아슴한 고향을 생각하리라. 고향에 두고 온 일가친척. 입맛은 그리움의 진한 냄새이고 단단한 끌텅이다.

 

 

돼지의 창자에 담긴 것은 양념만이 아니라 기억하고 싶은 이름들이다. 순대를 채우던 아바이와 순대를 써시던 오마니, 맴소(염소)와 새지(송아지)가 울던 초저녁 그늘. 백두산에는 호개(호랑이)가 뛰댕기고 메구락지(개구리)는 논에서 뛰댕기는 늦봄 어느 날들이 아른거리리라. 남북 철도가 연결되고, 평화가 무르익으면 원조 아바이 순대를 원 없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을 게다.

 

 

긴 날 해외를 떠돌 때 순대국밥 생각이 문득문득 혀를 간질이곤 했다. 술국으로 후후 불어 떠먹다가 한잔 반주를 곁들이면 부러울 게 세상에 없을 국밥. 배가 불러야 잠도 오는 것이다. 낯선 타국에서 춥고 배고프면 상거지 신세. 순대 한 접시가 천장을 빙빙 맴돌곤 한다.

 

 

이곳 담양에도 순대국밥 골목이 있는데 가끔 들러서 한 그릇 사갖고 온다. 먹다가 질리면 개랑 나눠먹기도 하는데, 전에 살던 차우차우는 유전자에 흐르는 북녘땅 생각을 하는 것 같기도. 일찍 찾아온 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국밥을 먹는다. 이것은 국밥이 아니라 겨레의 수수만년을 나누는 성찬식이다.

 

 

 

변고를 바라고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자들이 바라는 세상엔 아바이 순대의 맛난 냄새는 없다. 고약한 화약 냄새뿐이다. 고작 햄버거를 씹어 먹으면서 졸부의 우위를 뽐낸들 어디에 그리운 고향산천 가는 길이 있겠는가. 길을 끊고, 길을 막아 세우면서 포크와 나이프로 썰어대는 스테이크에 과연 행복한 배부름이 생겨날까. 아버지가 젊어서 이북 땅을 떠돌며 드셨다던 음식. 아버지 청춘이 문득 그리워질 때 아바이 순대집이 어디 있는지 검색해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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