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꺠춤 임의진, 떠돌이 별이 머무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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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골 편지] 점순이/ 경향신문
글쓴이 : master 날짜 : 2018-10-17 (수) 14:57 조회 :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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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순이



 요새 아이들은 이름도 참 예뻐. 내 또래만 해도 나온 순서대로 일식이 이식이 삼식이. 어디 몸뚱이에 점만 보이면 점만이 점택이 점순이 점례. 누나 친구 중에 이름이 진짜 점순이가 있었는데, 점순이 누나는 하필 얼굴에 큰 점이 있어가지고 온갖 놀림을 받고 자랐어. 그동안 고산 오지만을 수십 차례. 직사광선 자외선 마사지를 너무 많이 받고 다녔다. 눈 밑에 기미가 생기고 보이지 않던 점들이 우수수. 집에 틀어박혀 연속극이나 보면서 산다면 모르지만 사람들도 두루 만나고 해야 하는 처지라 병원에 한번 가봤다. 기미 주근깨, 점을 레이저로 지지잔다. 일주일 꼬박 뭘 바르고 붙이고 하면서 치료를 했는데 깨끗한 얼굴로 돌아왔다. 구절초에 감국이며 쑥부쟁이가 피어나는 계절에 햇빛 구경도 못하고 책만 슬슬 읽으면서 추석명절 앞뒤를 그렇게 보냈다. 


남북 이산가족을 찾을 때, 해외입양아가 친부모를 수소문할 때, 몸에 특징할 만한 점이 한개 있으면 ‘왓따’다. 문어가 멸치에게 퇴짜를 맞은 이유는 뼈대 없는 가문이라서. 복점이 있는 여인은 콧대가 높고 기운도 알차서 어지간한 문어는 눈에 차지도 뵈지도 않아. 뼈대가 없으면 복점이라도 한두 개 박혀있어야 한다. 잘  생긴 부처님 ‘부처 핸썸’도 인중에 점을 하나 붙이고 계시지 않던가. 
입에 올리기도 민망한 ‘점 공방전’.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는 점 얘기. 싸리비를 들고 잠자리나 쫓던 스님이 내게 전화를 해서 다 물어본다. 나랑 같이 목욕탕에도 몇 번 간 사이. 그때 자기 점을 안 봤냐 하시는데 아니 사우나하면서 누가 남의 거시기를 쳐다보나. 게다가 스님 거시기를... 돌았냐고 하면서 웃다 전화를 끊으니 밤하늘에 별 점이 한 가득이나 우르르 떴어라. 병들어 일찍 죽었다는 점순이 누나도 하늘에 별 점이 되어 나를 쳐다보는 듯해. 나도 이 별의 한개 점 같은 존재. 고단하고 뻐근한 세월에도 복점이 하나씩 있으니 부디 견디라고, 견뎌보자며 그렁그렁해진 별빛들. 엎드려 웅크린 자리마다 꽃이 피듯 좋은날 반드시 있을 거니까.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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