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와 길거리 악사
피아노는 교회 음악에 빼놓을 수 없는 악기렷다. 교회 공간이 축소되고 오르간이 빠지면서 피아노는 중요한
예배 친구로 그의 희고 검은 갈비뼈를 내어주고 있다.
어떤 교파는 반주 악기를 싫어해 무악기와 유악기로 편을 가르기도 하고, 어떤 교회는 세속음악의 모든
악기들을 수용하여 교회인지 어디 유명한 록밴드 콘서트홀인지 분간이 안가는 경우까지도 있다.
좌우튼 피아노는 분분한 의견 저 너머로 올라가 있는 악기렷다. 바흐의 음악은 물론이고 슈베르트와 쇼팽, 리스트,
라흐마니노프에 이른 뒤에는 피아노에서 천상의 음표를 발견하기란 식은 죽 먹기가 되어 버렸다.
아무리 약한 시골교회에 가보아도 피아노 한대씩은 있기 마련이다. 목사의 아내나 딸, 아들이 피아노에
당겨앉고 할매 교인들은 트로트 뽕짝식으로 찬송가를 따라 부른다. 음정 무시 박자 무시, 피아노는 울상이다.
집시 길거리 악사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걸 한참 앉아서 들었다. 번잡한 올드 스트리트에서 그이는 한참동안
쇼팽을 연주했다. 택시 경적소리보다 고요하고, 어떤 경우 사람의 숨소리보다 낮은 소리를 들려주기도 했다.
지나던 사람들이 차례차례 피아노 주변에 둘러 앉았다. 천사인가. 이 도시를 위로하는 천사의 피아노 연주...
(임의진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