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영광 법성포 출생. 전주대학교를 마치고 방송작가, 전북 민주화운동 단체의 사무국장 등 여러 가지 도회의 일을 꾸려가다가 자연친화적 삶을 실천하고자 모악산 기슭 버려진 무당집에 깃들어 오래도록 홀로 머물렀다. 볕 좋은 터로 옮기라는 친구들의 성화에 떠밀려 지리산 자락 하동군 악양 동매마을로 이거한지는 딱 10년째가 된다. 이곳에서도 생태 뒷간을 이용 한 뼘 남짓의 텃밭을 일구고, 뒷산에서 장작개비를 그러모아 추운 겨울을 나고 있다. 그래도 먼 길 찾아온 손님들에게 따뜻한 차 한잔 정성스럽게 대접하고, 밤에는 달빛을 벗 삼아 먹그림을 그리기도 하는데, 자신의 산문집마다 삽화를 직접 그려 넣을 정도로까지 흘러들었다.
시낭송을 즐겨하다 음반 ｢아름다운 관계｣를 발매하기도 하였고, 생명평화 탁발순례를 통해 전국을 돌며 환경보전을 위한 기도를 나누면서 자연의 소중함을 온몸으로 호소하기도 했다.
소설가 공지영의 산문집 <지리산 행복학교>엔 주인공 ‘버들치 시인’으로 소개되어 냇물의 순한 물고기로 알려지기도... 주민들과 동네 밴드를 만들어 하모니카를 부르기도 하고, 글짓기 선생님이 되어 오지의 문학소녀들을 길러내고 있는, 일관된 봄날의 주인공이다.
시집으로 ＜그 아저씨네 간이 휴게실 아래/ 실천문학>, <적막/ 창비>, ＜그 숲에 새를 묻지 못한 사람이 있다/ 창비> 등이 있고, 최근 펴낸 산문집 <스님, 메리크리스마스/ 한겨레>를 비롯 <꽃이 진다 꽃이 핀다/ 호미>, <박남준 산방일기/ 조화로운삶>, ＜작고 가벼워 질 때까지/ 실천문학>, ＜별의 안부를 묻는다/ 이룸> 등 다수가 있다.
집: 경상남도 하동군 악양면 동매리 119-2 악양산방
다음카페: 박남준 시인의 집
어깨춤 임의진
시인, 목사. 한국기독교장로회 선교신학대학원을 마친 뒤 민중의 땅으로 내려가 강진 남녘교회에서 10년 동안 진보신학, 신비주의 영성이 버무려진 급진적 개신교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아이들 공부책에도 실린 <마중물> 시를 지은 시인으로, 달이름 달력을 처음 만들어 널리 나누기도 하고, 남녘학교와 장기수 할아버지 북송 추진으로 화해의 길을 한발짝 걸음하게 돕는 초석이 되기도 했다. 한편 일철 스님과 동무하여 <무등산 풍경소리 음악회>를 처음 열어내 지역사회의 문화자산을 구축하기도 했다. 이후 담양군 수북면 산골짝으로 이거 올해로 9년째 산골살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경향신문> 칼럼니스트와 삽화가로 재미난 동네이야기를 전했으며, 작년부터 광주 중심부에다 가까운 지인들과 <메이홀>을 열어 문화예술이 소소하게 꽃피는 ‘자치와 자생, 민간 중심의 정신세계’를 확보해내는 일에 마음을 내고 있다.
수필집으로 <앵두 익는 마을/ 웅진>, <참꽃 피는 마을/ 이레>, <종소리/ 이레>, <마음의 풍경/ 이레>, <사랑/ 샘터>, 그밖에 최근 펴낸 <가슴이 부르는 만남/ 불광>을 비롯, 여러 권의 인터뷰 책과 성공회대학교 강의록 <아웃사이더의 힘/ 피당>등을 펴냈다.
또한 <여행자의 노래/ 아울로스 미디어>를 포함 여러 월드뮤직 선곡음반도 발매하고 있으며, 직접 노래를 지어 불러 <멜랑콜리맨/ 아울로스 미디어> 등 4장의 독집 음반을 펴내기도 했다.
틈틈이 그림도 그리는데, 유화와 목각화를 비롯 뉴아트적인 작업으로 서울과 대구, 일본 등에서 개인전 5회, 사진전 2회를 가졌다.
홍대 골목에서 활동중인 포크가수 집시 미유는 스스로 집시가 되기로 결심하고 동유럽 집시 음악을 공부해가고 있다. 가수 하림과 함께하는 월드뮤직밴드 <집시의 테이블>의 메인 보컬이기도 하다. 2013년 여름쯤 여행자 임의진의 시를 비롯한 여러 노래를 불러 음반 발매를 앞두고 있으며, 깊고 넓은 우주심과 아린 사랑, 그리고 진리의 힘에 대한 목격담을 글로 쓰고 노랫가락을 입히는 일에 삶을 ‘사용하고’ 있다. 샹송을 불러볼 요량으로 요즘은 프랑스문화원에서 파트 타임으로 일을 돕고 있기도 하다.
트위터 @gypsy_miyu
<축하의 글>
글로 밥 먹고 사는 게 쑥스럽기는 하지만, 좋은 사람들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다른 이들보다는 좀 더 많다는 걸 핑계 삼아 오늘도 그냥 꿋꿋이 버티고 있는 셈이다.
임의진 선생과는 좌충우돌하던 초년 기자 시절에, 박남준 선생과는 지난해 저희 신문사 신춘문예 심사로 인연을 처음 맺었다. 문외한이라 두 분 작품에 대해 말할 재주는 내게 없다. 다만, 박남준 시인의 글은 요즘같이 메마른 세상에 단비 같은 것이고, 곁들여진 그림은 한참을 들여다보며 사색에 빠지게 해주는 고마운 선물이겠다.
임의진 선생의 체 게바라야 뭐, 다들 마음에 한번쯤 품었던(지금도 봄기운처럼 품고 있을) 사람이라 그 모습만 살짝 엿봐도 전시회를 찾은 분들이 모두 행복한 마음이 될 듯하다. 두 분의 우정 어린 전시를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광주일보 문화부 김미은 기자)
명랑한 봄날! 버들치와 어깨춤이 봄바람을 일으킨다. 봄바람이 인다. 우리 함께 살아야 한다. 따스한 봄 햇볕 속, 봄볕이 팍팍 깃드는 그 하루, 친구가 되어 찾아들고 싶다.
기이한 생의 대면, 깊은 산속에 집을 구해 홀로 그러나 빛나게 살아가는 두 순례자. 이들의 작고 다정한 그림 여행, 생각만 해도 즐거운 여행이 아닌가.
내 방에도 풍성하게 있는 어깨춤 임의진의 글과 그림과 노래를 나는 사랑한다. 한없이 청량한 그의 삶은 상처투성이 일테지만 견디며 굳세게 나아가는 용맹함은 분명코 예수나 붓다의 춤사위를 닮았다고 나는 믿는다. 그분들은 경직된 교사가 아니라 당대의 멋진 광대였으며 혁명적 예술가였음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어깨춤은 줄기차게 남미의 전사 체에다가 자신의 얼굴을 투영시킨다. 세태와 불화하는 그의 부단한 저항심과 참사람들과의 동맹:규합:친교의 결실일 메이홀에서 열리는 전시회라 뿌듯한 마음도 들 것이다.
버들치 박남준 시인은 진실한 언행과 성심어린 환대로 잘 알려져 있는 멋쟁이다. 그의 글맛은 된장이나 간장의 그 맛처럼 순하면서 야물다. 최근에 새로운 산문집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삽화로 담은 그림들이 전시된다고 하니 의미 있고 소중한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기묘한 백일몽을 꾸는 것처럼 선화의 관람객이 되어 살풋 세상의 복잡한 담론으로부터 벗어나보고 싶은 바람이 든다. 그럴 때 박시인의 붓그림은 비바람에 뒤집힌 우산처럼 생긴 토란, 그 토란에 떨어진 맑은 구슬같이 영롱한 빗방울이 아닌가 싶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