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열린 ‘아트토이’전에 갔다 양재영 작가의 작품을 보고 한참 동안 웃었다. 어릴 적 좋아했던 만화 속 캐릭터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어서다. ‘소년중앙’에 연재됐던 길창덕의 ‘로봇찌빠’. 들창코에다 머리에 작은 프로펠러를 단 찌빠를 보니 사랑했던 만화 속 주인공들이 좌르르 떠올랐다.
반쯤 감은 눈에, 머리에 땜통 자국이 있던 ‘꺼벙이’. 꺼벙이의 천적이었던 동생 ‘꺼실이’, 이상무 작가의 작품이면 꼭 등장하는 ‘독고탁’, 주먹이 엄청 커지곤 했던 ‘주먹대장’까지.
양 작가에게서 얻어와 후배가 완성한 페이퍼 토이(종이를 오리고, 접어서 만드는 것) ‘로봇찌빠’는 지금 내 책상 위에 놓여 있다. 한번씩 쳐다볼 때마다 절로 웃음이 난다.
놀거리가 별로 없는 시절, 만화책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1969년부터 발간된 ‘소년중앙’과 ‘어깨동무’, ‘새소년’ 등 만화잡지를 돌려보는 건 월례행사였다. 만화 속 주인공과 울고 웃었고, 그들에 대한 애정은 넘쳐났다.
아이들은 만화와 함께 커나갔다. 역사가 무엇인지 제대로 모르던 중학교 시절 프랑스 혁명을 인지시킨 건 오스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베르사이유의 장미’였다. 고독으로 똘똘 뭉친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 주인공 까치는 여학생들의 마음을 아리게 했다. 가상 국가의 시민혁명을 소재로 한 김혜린의 ‘북해의 별’과 허영만의 ‘오! 한강’은 청춘의 필독서였다.
국내 대표 만화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회가 마련됐다. ‘맹꽁이 서당’으로 유명한 명랑만화의 대가 윤승운 선생의 ‘애니메이션 초대전’은 6월20일까지 나주 동신대 박물관에서 열린다.
시사만화가 박재동의 작품은 문화 공간 ‘메이홀’(29일까지)에서 만날 수 있다. 박 화백이 생활에서 길어올린 손바닥 그림, 여행 중에 그린 스케치화, 만평까지 200여 점이 전시된다.
국내 시사 만평의 새 장을 열었던 ‘한겨레 그림판’(1988∼1996) 연재 시사만화는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슬프게도, 2014년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김미은 문화1부장 mekim@
반쯤 감은 눈에, 머리에 땜통 자국이 있던 ‘꺼벙이’. 꺼벙이의 천적이었던 동생 ‘꺼실이’, 이상무 작가의 작품이면 꼭 등장하는 ‘독고탁’, 주먹이 엄청 커지곤 했던 ‘주먹대장’까지.
양 작가에게서 얻어와 후배가 완성한 페이퍼 토이(종이를 오리고, 접어서 만드는 것) ‘로봇찌빠’는 지금 내 책상 위에 놓여 있다. 한번씩 쳐다볼 때마다 절로 웃음이 난다.
놀거리가 별로 없는 시절, 만화책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1969년부터 발간된 ‘소년중앙’과 ‘어깨동무’, ‘새소년’ 등 만화잡지를 돌려보는 건 월례행사였다. 만화 속 주인공과 울고 웃었고, 그들에 대한 애정은 넘쳐났다.
아이들은 만화와 함께 커나갔다. 역사가 무엇인지 제대로 모르던 중학교 시절 프랑스 혁명을 인지시킨 건 오스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베르사이유의 장미’였다. 고독으로 똘똘 뭉친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 주인공 까치는 여학생들의 마음을 아리게 했다. 가상 국가의 시민혁명을 소재로 한 김혜린의 ‘북해의 별’과 허영만의 ‘오! 한강’은 청춘의 필독서였다.
국내 대표 만화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회가 마련됐다. ‘맹꽁이 서당’으로 유명한 명랑만화의 대가 윤승운 선생의 ‘애니메이션 초대전’은 6월20일까지 나주 동신대 박물관에서 열린다.
시사만화가 박재동의 작품은 문화 공간 ‘메이홀’(29일까지)에서 만날 수 있다. 박 화백이 생활에서 길어올린 손바닥 그림, 여행 중에 그린 스케치화, 만평까지 200여 점이 전시된다.
국내 시사 만평의 새 장을 열었던 ‘한겨레 그림판’(1988∼1996) 연재 시사만화는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슬프게도, 2014년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김미은 문화1부장 me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