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꺠춤 임의진, 떠돌이 별이 머무는 집
     
 

게시물 474건
   
미럭 곰차두
글쓴이 : master 날짜 : 2019-11-01 (금) 16:01 조회 : 229
글주소 :


.

손등거리가 땟물에 꺼매가꼬, 몰강물(맑은 물)에 씨치고(씻고) 양철떼기 같은 걸로 배깨야재(벗겨야) 제 꺼죽이 돌아오겄소잉. 뫼욕(목욕)을 해도 핑야 똑 같어부러.” “엥간히 조깐 일을 해야재 빙() 걸려서 아파불믄 뭔 소양이간디.”

 

 

밭일이 많은 날. 검은 피부의 농부들이 들에 보인다. 한마디씩 안부를 묻는다. 허수아비도 참말로 오랜만에 동무들을 만나서 반가운 낯부닥이다. 산밭에는 몽당 빗자루, 그러니까 몽당구라 부르는 걸 하나 거꾸로 세워두기도 했다. 새들이 보아도 어설픈 허수아비. 저를 우습게 아냐며 매번 코웃음을 치는 새들. 큰비에 방천이 나면 득달같이 터진 물길을 메우고 입이 타드는 여름엔 길어 온 물로 따둑따둑 다독다독밭을 일궜다.

 

 

인자사 찬바람이 불어옹갑마.” 대대적인 수확이 시작되었다. 비바람과 가난을 누구보다 잘 견뎌온 소농들. 남보다 용감한 것보다는 10분을 더 견뎌낸 사람이 진정한 챔피언이라는 말이 있지. 견디길 잘하는 사람을 이겨낼 재간은 없는 법. 농사꾼들은 자연재해마다 잘 이기고 견뎌낸다. 걱정이 아예 없는 인생을 바랄 게 아니라 걱정에 물들지 않으려고 노력을 한 결과이겠다. 요새처럼 전염병이 돌면 축산 농가들은 벼랑 끝에 선 처지가 된다. 가을태풍까지 몽니가 이만저만 아니어라. 몽니쟁이들이 어디나 숱 쌔고 쌔부렀다.

 

 

 

우리 동네에선 미련한 곰 같은 놈을 가리켜 미럭 곰 차두라고 부른다. 요런 미럭 곰 차두 하면 순하디 순한 타박이고, 요런 호랭이 물어갈 놈의 미럭 곰 차두하면 웃자고 하는 나무람이다. 미련한 곰들이 들과 산을 지킨다. 어디 노동 현장엘 가 봐도 꼭 이런 미럭 곰 차두가 한 마리씩 띈다. 바람이 몹시 찬 손돌이추위가 가깝기 전에 벼도 베고 고추도 들여야지. 따비밭 손바닥 위에다 뿌린 부추가 송글 거린다. 근근한 쪽박세간에서 밥과 김치를 해먹고, 나들잇벌 옷 하나 볕에 잘 말려 입고설랑, 엉덩잇바람으로 서두르는 길. 읍내 목욕탕 나가는 길. 미럭 곰 차두가 가을 농사를 다 마친 뒷날 풍경이다. 누가 그에게 힘찬 박수를 쳐줄까. 당신도 나와 같이 박수를 쳐드리자.

 

 


   

게시물 474건
번호 이미지 제목 날짜
474 아바이 순대 05-13
473 앉아계신 부처님 05-13
472 일자리 05-13
471 피카 약속 05-13
470 홀쭉 지갑 05-13
469 오지의 마법사 05-13
468 불렀어유? 05-13
467 신의 음성 05-13
466 블루진 청바지 05-13
465 이미자 03-04
464 침튀김 03-04
463 예쁜 조약돌 03-04
462 오줌싸개 03-04
461 미나리싹 03-04
460 잔정 03-04
459 땅거미 03-04
458 토끼굴 03-04
457 때밀이 03-04
456 게릴라 쥐 03-04
455 자작자작 03-04
454 세밑 덕담 03-04
453 거비거비의 프러포즈 03-04
452 세상의 눈 카타추타 03-04
451 세상의 중심, 울루루 11-27
450 비밀기지 11-27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