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꺠춤 임의진, 떠돌이 별이 머무는 집
     
 

게시물 451건
   
미럭 곰차두
글쓴이 : master 날짜 : 2019-11-01 (금) 16:01 조회 : 69
글주소 :


.

손등거리가 땟물에 꺼매가꼬, 몰강물(맑은 물)에 씨치고(씻고) 양철떼기 같은 걸로 배깨야재(벗겨야) 제 꺼죽이 돌아오겄소잉. 뫼욕(목욕)을 해도 핑야 똑 같어부러.” “엥간히 조깐 일을 해야재 빙() 걸려서 아파불믄 뭔 소양이간디.”

 

 

밭일이 많은 날. 검은 피부의 농부들이 들에 보인다. 한마디씩 안부를 묻는다. 허수아비도 참말로 오랜만에 동무들을 만나서 반가운 낯부닥이다. 산밭에는 몽당 빗자루, 그러니까 몽당구라 부르는 걸 하나 거꾸로 세워두기도 했다. 새들이 보아도 어설픈 허수아비. 저를 우습게 아냐며 매번 코웃음을 치는 새들. 큰비에 방천이 나면 득달같이 터진 물길을 메우고 입이 타드는 여름엔 길어 온 물로 따둑따둑 다독다독밭을 일궜다.

 

 

인자사 찬바람이 불어옹갑마.” 대대적인 수확이 시작되었다. 비바람과 가난을 누구보다 잘 견뎌온 소농들. 남보다 용감한 것보다는 10분을 더 견뎌낸 사람이 진정한 챔피언이라는 말이 있지. 견디길 잘하는 사람을 이겨낼 재간은 없는 법. 농사꾼들은 자연재해마다 잘 이기고 견뎌낸다. 걱정이 아예 없는 인생을 바랄 게 아니라 걱정에 물들지 않으려고 노력을 한 결과이겠다. 요새처럼 전염병이 돌면 축산 농가들은 벼랑 끝에 선 처지가 된다. 가을태풍까지 몽니가 이만저만 아니어라. 몽니쟁이들이 어디나 숱 쌔고 쌔부렀다.

 

 

 

우리 동네에선 미련한 곰 같은 놈을 가리켜 미럭 곰 차두라고 부른다. 요런 미럭 곰 차두 하면 순하디 순한 타박이고, 요런 호랭이 물어갈 놈의 미럭 곰 차두하면 웃자고 하는 나무람이다. 미련한 곰들이 들과 산을 지킨다. 어디 노동 현장엘 가 봐도 꼭 이런 미럭 곰 차두가 한 마리씩 띈다. 바람이 몹시 찬 손돌이추위가 가깝기 전에 벼도 베고 고추도 들여야지. 따비밭 손바닥 위에다 뿌린 부추가 송글 거린다. 근근한 쪽박세간에서 밥과 김치를 해먹고, 나들잇벌 옷 하나 볕에 잘 말려 입고설랑, 엉덩잇바람으로 서두르는 길. 읍내 목욕탕 나가는 길. 미럭 곰 차두가 가을 농사를 다 마친 뒷날 풍경이다. 누가 그에게 힘찬 박수를 쳐줄까. 당신도 나와 같이 박수를 쳐드리자.

 

 


   

게시물 451건
번호 이미지 제목 날짜
451 세상의 중심, 울루루 11-27
450 비밀기지 11-27
449 기억상실 11-27
448 월간지 인연 11-06
447 자유인 11-01
446 밤과 추위 11-01
445 영혼이 찾아온 날 11-01
444 시인의 근심 걱정 11-01
443 파리의 불심 11-01
442 미럭 곰차두 11-01
441 싹둑싹둑 싹둑이 09-18
440 명절 국수 09-18
439 천사들의 합창 09-04
438 심야버스 08-30
437 레몬 나무의 기적 08-30
436 참깨 들깨 08-30
435 줄줄이 약봉지 08-30
434 꼬무락 꼬무락 08-13
433 짜이 고프스키 07-17
432 사막과 슬픔의 볼레로 06-29
431 오로라의 집 06-25
430 이야기, 춤, 명상 06-25
429 느린 강 05-31
428 블라디보스토크 05-31
427 가면 올빼미 05-22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