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꺠춤 임의진, 떠돌이 별이 머무는 집
     
 

게시물 433건
   
사막과 슬픔의 볼레로
글쓴이 : master 날짜 : 2019-06-29 (토) 12:38 조회 : 54
글주소 :



사막과 슬픔의 볼레로

여기는 마두금이 울리는 몽골의 내륙 사막. 영화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가 여기선 ‘사막과 슬픔의 볼레로’로 바뀐다. “몽골시골몽골시골...” 풀벌레 눈물타령. 방음이라곤 되지 않는 천막집 게르. 침대는 움직일 때마다 공포영화의 효과음처럼 끽끽 거린다. 밤 아홉시가 넘어도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백야의 초원과 사막. 옛 우리 조상들은 몽골과 한 지붕을 덮었다. 대륙을 나눠 쓰면서 말을 달렸다. 말 대신 지금은 오토바이가 눈에 띈다. 
유목민들은 여기 천막집 게르에서 살아간다. 게르에선 밥 냄새가 항상 폴폴 난다. 일본에서 가장 방귀를 잘 뀌는 인간 ‘아까끼고 또끼어’도 게르에서 살면 냄새가 금방 달아나서 살만하겠어. 구두쇠 ‘무라카와 쓰지마’는 수세식 화장실이 없는 이곳에선 김새는 이름. 
몽골엔 홉스굴 같은 너른 호수도 있다. 전에 왔을 땐 홉스굴에서 보트를 탔다. 사막의 눈물이 다 모여 있는 그곳. 사막은 본디 바다였다가 물을 잃고 말았으리라. 사막 모래는 그래서 꺼이꺼이 소리내어 운다. 바닷물과 헤어져 슬픈 모래는, 마두금에 맞춰 노래를 한다.  
배에 같이 탔던 몽골 친구가 그랬다. 물이 드문 초원의 마부나 목동, 사막의 상인이 되지 않아서 정말 만족한다고. 물이 없는 곳에 사는 괴로움을 상상해봤다. 이렇게 귀한 물에다 쓰레기를 버리는 문명. 플라스틱 부유물과 폐그물, 폐유 유해물질을 몰래 버리는 범죄자들. 급기야는 방사능 오염물질까지 바다에 흘린다. 물고기 한 마리 살 수 없는 사막이 되고 말리라. 
산양은 높은 절벽에서 살며 인간이 사는 마을 따위 거들떠보지 않는다. 인간의 쓰레기엔 입도 대지 않겠노라 각오했을까. 어쩌다 비가 내리면 얼굴을 씻기는 하겠지. 양심을 씻어야 하는 인간보다 성화된 존재가 분명하다. 
나는 게르 바깥에서 세수를 했다. 손바닥으로 물을 받아 흙먼지나 씻는 정도. 향수 대신 초원에서 나는 허브향으로 땀내를 쫓는다. 단촐하고 가볍다. 유목민이 된 기분이다.





   

게시물 433건
번호 이미지 제목 날짜
433 짜이 고프스키 07-17
432 사막과 슬픔의 볼레로 06-29
431 오로라의 집 06-25
430 이야기, 춤, 명상 06-25
429 느린 강 05-31
428 블라디보스토크 05-31
427 가면 올빼미 05-22
426 부산 갈매기 05-22
425 망명객 05-08
424 노루 궁뎅이 05-01
423 중국 영화 04-24
422 전화 소동 04-24
421 성냥불 04-24
420 북한 여행 회화 04-24
419 개그맨 04-24
418 실업자 04-24
417 마음의 크기 04-24
416 흉가 04-24
415 교회없는 마을 02-27
414 전기장판 02-20
413 짜라빠빠 02-13
412 세가지 자랑 02-13
411 공기 청정기 02-13
410 그리운 사람의 별명 02-13
409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02-13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