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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골 편지] 강강술래와 윷놀이/ 경향신문
글쓴이 : master 날짜 : 2018-02-14 (수) 14:09 조회 : 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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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강술래와 윷놀이


어려서 명절이나 잔치마다 강강술래였다. 손만 잡으면 강강술래 빙글빙글 돌고는 했다. “전라도 우수영은 우리 장군 대첩지라. 장군의 높은 공은 천수만대 빛날세라. 술래술래 강강술래. 술래소리 어디 갔나 때만 찾아 잘 돌아 온다... 먼데 사람 듣기 좋고 곁에 사람 보기 좋게 강강술래. 높은 마당이 얕아나 지고 얕찬 마당은 짚어나 지게 욱신욱신 뛰어나보세... 은팔지는 팔에 걸고 약초 캐는 저 큰 아가. 니야 집이 너 어데냐. 내야 집은 전라도 땅. 검은 구름 방골 속에 열두우칸 지하 집에. 화초병풍 둘러치고 나귀에다 핑깅(풍경)달고. 응그랑쩡그랑 그 소리 듣고. 나알만 찾아 어서 오소. 강강술래.” 학원 선생이 가장 싫어한다는,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알아먹는 학생은 금방 따라서 불러재낀다. 천국에 가면 성형수술 때문에 얼굴 원본대조를 하느라고 길게 줄을 서야 한단다. 돋보이려는 욕망들이 지어낸 그런 줄서기 말고, 둘러서서 다 같이 욱신욱신 뛰어나보는 강강술래의 여인들. 조선하늘 맑은 여인들이 빚어낸 잔치 풍경들. 가족이 또 이웃이 손을 잡고서 달과 별을 반기고 해와 구름과 동무했다. 우주가 내려앉은 태극기를 공중에 매달고서 우리는 누대를 그렇게 한 덩어리 한겨레였다. 

얼음판을 지치는 쇼트트랙. 헤집고 시원하게 달리는 선수들을 구경한다. 하계 운동에 양궁이 세계 으뜸이라면 동계엔 빙상 쇼트트랙이다. 미장이가 다져놓은 듯 반듯한 얼음판을 숨차게 달려가는 선수들. 마치 윷놀이만 같아라. 윷놀이도 설날에 빠질 수 없지. 돼지와 개, 양, 소 그리고 말을 가리키는 도, 개, 걸, 윷, 모. 우리가 ‘동 났다’라고 할 때 쓰는 동. 한 동 두 동... 그렇게 네동이 먼저나면 이기는 놀이. 암만 빨리 달려도 뒷덜미를 붙잡히면 어김없이 꼴찌로 나앉아야 한다. 모가 나는 행운보다 말을 더 잘 써야 한다. 인생의 쓴맛 단맛이 다 배어있는 윷판에 앉아 막걸리를 나누는 동네 어른들을 볼 때면 그 눈썹들마저 윷가락처럼 보인다.
전 세계에 윷놀이는 오직 한국 사람만 하는 놀이다. 외국인 친구들에게 윷을 가르쳐주면 쉽게 따라서 한다. 어렵지 않은 놀이다. 사막에서 묵을 때 하도 심심해서 윷판을 만들어 날밤을 샜다. 국민 혈세로 한식세계화 어쩌다가 쪽박을 찬 그런 코미디와는 격이 다른 문화전도사. 내가 그런 사람인데 알아주지 않으니 이렇게 글로 남겨보는 센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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