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꺠춤 임의진, 떠돌이 별이 머무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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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골 편지] 자장가를 부르는 집/ 경향신문
글쓴이 : master 날짜 : 2015-12-16 (수) 14:21 조회 :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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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가를 부르는 집




아기가 태어나면 유독 빛나는 별이 있다. 그걸 에스키모 인디언들은 수호자 별, 수호천사별이라 불렀어. 새하얀 눈 세상 얼음집 이글루에 알몸으로 태어나 앙앙 울어대는 아기. 썰매 개들도 새로 태어난 아기 주인님을 반기며 밤새껏 하울링을 했다. 하늘에 별들이 저렇게 많은 건 그만큼 수호천사들이 많다는 뜻. 당신의 수호자별은 어디에 떠 있는가. 엄마는 별이 되어 나를 지켜준다. 엄마 없는 별에서 엄마별을 그린다. “울지 마라 아가야! 엄마 없는 별에서. 새하얀 저녁골목에 짤랑대는 눈썰매. 가여운 어린 젖먹이 울지 말고 자거라. 울지 마라 아가야! 엄마 없는 별에서 변두리 외딴 마을에 성탄종이 울린다. 함박눈 쌓인 밤길에 쏟아지는 별빛들. 울지 마라 아가야! 조랑말과 당나귀 흰 토끼 검은 염소와 마구간의 어린양. 잘 자라 아가 새근새근 잘 자라.” 

갤러리 한 층을 늘리며 어린이 도서관을 만들고 있다. 한쪽에 그물침대 ‘해먹’을 걸 자리도 마련하고. 브라질 원주민들은 하모카스라 부르던데, 검은 땟국물을 뒤집어쓴 아이들이 거기 누워 슬렁슬렁 책을 보거나 나무늘보를 안고서 놀았다. 그게 참 보기 좋더군. 어린이들을 위한 도서관이 많아지면 좋겠어. 선한 부자가 나타난다면야 좋겠지만 아니면 가난한 사람들끼리 마음을 나누어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 십시일반의 힘은 커서 세상을 바꾼다. 해먹에 누워 잠을 청하는 아이들을 위해서는 자장가를 불러주길. 내 아이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을 위해,  청년들과 젊은 부부를 위해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본다면 세상이 이보다 한 뼘은 훈기로 다수워질 것이다. 노동자들의 숨통을 끊는 저임금과 냉혈한 해고. 뒤따라 저출산으로 자장가가 끊긴 세상엔 희망도 없고 미래도 없다. 

성모의 집에 자장가 캐럴이 울려 퍼진다. 폭격으로 선잠을 깨고 단전 단수로 추위에 떠는 친구들. 누구하나 단잠을 잘 수 없는 세상엔 당신도 나도 책임이 무겁다. 캐럴을 부르고 케잌에 촛불을 밝히며 행복하자는 건 위선이요 기만이다. 자장가를 부를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는 게 성탄절의 참뜻이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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