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꺠춤 임의진, 떠돌이 별이 머무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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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골 편지] 옷을 벗은 자유인/ 경향신문
글쓴이 : master 날짜 : 2015-07-29 (수) 09:12 조회 : 2,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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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벗은 자유인




고속열차 산천에서 누가 흘리고 간 신문을 훔쳐 읽었지. 오늘의 운세가 눈에 들어오더군. “일이 꼬여 옷을 벗게 되니 주의하라”. 나는 잘릴 직장도 뭣도 없어. 숫제 헛소리구만 덮고 말았지. 그런데 집에 도착하자마자 문자가 딱. 용돈벌이 일이 엎어졌다는 소식. 공사판인 동네길, 부주의로 애마가 망가져 며칠 출타도 못하고 자가 유배. 되는 일이라곤 없어 옷을 벗고 여행이나 떠나버리자 결심하기에 이르렀지. 오늘의 운세를 읽지 말았어야 했어. 

베를린은 공원마다 웃옷을 벗어던진 젊은이들로 넘쳐나네. 옷을 벗은 선탠족들이 이렇게나 많은지. 오늘은 로자 룩셈부르크역에 가서 발랄한 친구들의 예술작당을 구경해볼 계획이었어. 그런데 거리로 나오자 몸이 자동적으로 공원을 향하게 되더군. 꽃과 나무들이 일루와 손짓이었어. 김수영의 시<절망>에서, 바람은 딴데서 불어오고 구원은 예기치 않은 곳에서 온다고 했던가. 공원에 머물면 바람의 잔소리조차 행복하여라. 한철 푸르다만 미나리깡 같은 몸뚱아리라도 나무그늘아래 널어두니 상쾌하고 흐뭇해. 멀리 뾰쪽탑에도 젊은 사내의 나신이 보이네. 성부와 성자, 성령이 삼자대면하는 삼위교회. 인간이 된 성자가 십자가 위에서 전라 상태로 윙크. 오늘의 운세엔 진짜 옷을 벗게 될 거라 쓰여 있었던 걸까. 무당벌레가 날개를 펼쳐 하늘을 날듯 나도 이곳에 옷을 벗은 자유인으로 날아와 있네. 칠포세대라지. 인간관계, 꿈, 희망 직종, 연애, 결혼, 출산, 주택 마련... 다행인 건 ‘자유’만큼은 포기 안했다는 거! 

반얀나무 아래 살다간 신비로운 요기, 나체의 힌두 성자 스리 또따뿌리. 그가 살던 성스러운 나르마다 강가에 가본 일이 있었지. 40년 동안 수행하다 우주의 절대존재와 자신이 한몸임을 알아 참자유를 얻게 되었다지. 


옷을 벗으면 누구나 자유인. 베를린엔 수많은 또따뿌리들이 공원에 누워 책을 읽거나 입술을 더듬는 키스들이야. 전라도식 독일어로 “멋지당케! 그란당케!”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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