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꺠춤 임의진, 떠돌이 별이 머무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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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돌이별 임의진의 [기차여행] 재발매/ 2011. 아울로스 미디어
글쓴이 : master 날짜 : 2011-02-23 (수) 18:50 조회 : 3,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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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돌이별 임의진의 [기차여행]
 
 
 
<여행자의 노래>로 독특한 월드뮤직을 들려주고 있는 떠돌이별 임의진, 그가 세계 곳곳에서 그러모은 기차 여행에 얽힌 희귀곡들. 김두수의 <돌아오라 소렌토로>, 버들치 시인 박남준의 시낭송, 북한 여가수 이선주와 에디 리더가 함께 노래한 초희귀 자장가, 쿠바의 음유시인이 부른 <내게 드리운 손길>, 재발매 선물로 <슬로우 리버>가 찰방찰방 기차를 따라 흘러간다. 기차여행자여! 로그아웃의 그날까지 이 노래를 들으며 기차를 타라, 여행하라!
(이번 재발매 음반에는 임의진이 직접 여행중에 그린 재미있는 그림들이 삽화로 앉혀져 있다.)  
 
 
[주]아울로스미디어
서울시 동대문구 신설동 98-38번지 삼흥빌딩 2층 전화(02)922-0100 팩스(02)922-2522
 
 
 
 
 
두번째 기차여행,
철로변 다문다문 늘어선 미루나무 사이로 나리는 눈발
 
 
지난 2006년 첫 선을 보였던 ‘기차여행’을 다시 재발매하게 되었다. 그림을 그려 넣고 소개글을 전부 갈아엎고, 보너스 트랙도 한곡 새로 담았다. 그대 마음에 차실런지, 그대가 이 노래들을 부디 다시 듣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은행잎이 떨어지던 작년 늦가을, 나는 서울 인사동 갤러리아이에서 <방황하는 영혼>이란 제목으로 세 번째 그림 개인전을 가졌다. 오가는 길에 음반사에서 새로 마스터링하여 안겨준 이 노래들을 다시 들었다. 내 아이들 같았던 그림을 멀리 떠나보내고 허전한 마음이었는데, 옛사랑이었던 이 노래들이 나를 위로해 주었다. 그대와 두 번째 기차여행이어서 익숙하고 좋구나. 슬쩍슬쩍 여행중에 그린 스케치나마 넣어서 다시 만들어 선물할 수 있다니 설레기도 하고...
여전히 나는 기차에서 내리지 않고 있다. 집의 거실 유리창이나 내 방 쪽창이나 내가 모는 승합차의 유리창이 모두 기차 객실의 유리창만 같다. 아니 내가 쓴 동그란 안경도 마찬가지.
곁에 함께 동승했던 당신이 그리울 때, 손을 내밀듯 음반장에 손이 간다. 나는 사랑을 잃고 이렇게 그대에게 쓴다. 내 옆자리에 언젠가 당신이 다시 앉는다면 나는 꼭 이 노래들을 같이 들을 거라고. 이 노래를 기억하는 당신만이 내 옆자리에 앉게 해달라고...
기차 여행 이후에 배와 비행기, 자전거 등 여러 가지 레퍼토리가 있지만 결국 다른 일을 진행하지 못하고 기차여행을 다시 들려드리는 것으로 대신하는 마음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언젠가는 때가 찰 것이다. 나는 그대에게 들려드릴 노래와 얘기가 아직도 많다. 사랑한다는 말은 끝이 없다. 끝이 있을 수 없다. 내가 들려드리는 월드뮤직도 마찬가지다.
철로변 다문다문 늘어선 미루나무 사이로 나리는 눈발을 보라. 그 무수한 사랑의 하강처럼 그대의 어깨에 살포시 내려앉고 싶다. 이 한편의 인생 ‘기차여행’ 사운드 트랙과 더불어...
 
나는 지상에서 가질 수 있었던 시간 중에
꽤 많은 시간을 기차에서 보냈다
기차에서 잠이 들었고
기차에서 책을 보았으며
기차에서 예언자를 만났다
그대를 그리워했다
 
어디론가 우리는 떠나야 한다
지금 나는 역 앞에 나와 있다
우리에게 쥐어진 돈은 그저 여비일 뿐
앞으로 그대는 재산이라 부르지 말고
여비라 불러야 한다
 
기차표를 쥔 사람들 속에 그대와 내가 서 있다
 
왕복표를 구한 사람도 있다
작은 가방을 둘러맨 자는 서둘러 돌아올 자들이다
아주 그곳에 눌러 살 작정으로 떠나는 이도 있다
그런 이들은 짐이 무척 여러 뭉치여서
마음도 가벼웁지가 않다
 
기차는 떠나고 남겨진 이들이 있다
오래도록 서서 손을 흔들어 주는 사람이 있다
보통 가족들과 벗들이 철로 끝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드는 역을 맡는다
그러나 떠나는 이는 손을 한번 말고는 흔들지 않는다
그것은 모든 헤어짐마다 비슷한 광경이다
 
어쩌면 우리는 같은 의자에 나란히 앉게될지도 모른다
내가 혹시 외로워 말을 붙이면, 외면하지 말고
친절하게 응대해 주시기를
그리고 당신이 살아온 이야기나 지혜를
조금이나마 들려주기를
우리는 그 기차칸에서 손을 잡을지도 모른다
처음 만났지만 아주 오래 만난 사이처럼
어깨에 기대어 잠이 들지도 모른다
 
종착역은 어김없이 다가오고
내가 먼저
혹은 그대가 먼저 기차에서 내린다면
부디 '안녕!' 손을 흔들어 주기 바란다
눈물을 들키지 않게
나는 서둘러 역을 빠져나올 것이다
 
(기차여행)
 
 
2011년 봄꽃 새날,
담양 산골짝 정거장에서 떠돌이별 임의진
 
 
 
 
 
[ 곡 해설/ 임의진]
 
01_Pancho Villa판초 비야 장군/
Mark Kozelek & Sun Kil Moon Band
통기타 한대 들고 새드 코어의 극치감을 보여준 마크 코즐렉. ‘붉은 집 칠장이 밴드’를 그만둔 뒤 새로 결성한 밴드 ‘선길문’(대한민국 프로권투선수 문성길을 좋아하여 그 이름을 땄다나)을 통해 발표한 멕시코 혁명군의 선봉 장군 프란치스코 판초 비야(1878-1923) 헌정 노래. 멕시코 농부들은 판초 비야를 가리켜 <라쿠카라차-바퀴벌레 장군>이라 부른다. 민요도 거기서 지어진 곡. 원주민 모자 솜브레로Sombrero를 쓰고, 천리마를 타고 달리던 반란군 대장. 한때 미국 남부까지도 공격 대상이었다. 미국 국경을 넘어 공격한 외국 장군은 그가 처음이었다. 1923년 부자들의 앞잡이 까란사에 의해 암살 당했다. 그 날 멕시코 민중들은 어느 누구하나 울지 않은 이가 없었다고 한다. 시종일관 찰랑거리는 기타와 별다르지 않게 진행되는 보컬은 마치 철길을 달리는 기차처럼 느껴진다.
 
02_500miles/ The Innocence Mission
떠돌이별 초이스 음반시리즈를 통해 사비나 야나투에 이어 한국에 소개된 ‘더 이노센스 미션’은 가스펠 포크록 듀오(가끔 밴드로 탈바꿈 하기도)다. 자신의 재능을 아프리카 기아 난민 어린이를 돕는 일에 사용하는 등 선한 일에 항상 앞장서는 이노센스 미션의 ‘사랑의 신앙’ 만큼이나 다수운 노래다. “마지막 기차를 그만 놓치신다면 나는 혼자 떠나고 말겠지. 기적소릴 들으며 멀리 아주 저 멀리 떠나고 또 떠나고 떠나네. 외투는 때 묻고 나는 무일푼 신세. 이렇겐 고향에 못가네. 마지막 기차를 그만 놓치신다면 나는 혼자 떠나고 말겠지.” 내 멋대로 번안하여 노래를 부르곤 했었다. 지금 북미의 서쪽에선 이 노래가 민요와 성가 축에 낄 정도가 되었다. 순례자들은 이 노래를 부르거나 듣거나 항상 눈을 지긋 감는다.
 
03_Street Car/ Hayden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교수 부부의 아들로 유복하게 자란 포크가수 헤이든. 그가 노래한 노면전차路面電車, Street Car는 선곡음반 ‘기차여행’의 숨은 보물. 채송화처럼 납작 엎드려 나직이 노래하는, 그래서 더욱 소박하고 달큼한 노래다. 사전적 의미로는 도로상의 일부에 부설한 레일 위를 주행하는 전차가 노면전차다. 일본이나 동유럽을 여행하면 노면전차를 구경할 수 있다. 이 노래를 보다 어쿠스틱하고 색다르게 부른 라이브 버전 음원도 있다. 구하여 들어보시길... (Live At Convocation Ball-Disc One, No.1)
 
04_ Ночью Вьюжило Да Кружило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밤/
Раиса Нурмухаметова 라이사 누르무하메또바
주목해야 할 가수 라이사 누르무하메또바는 우리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북방에선 탄탄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러시아 툰드라 지대의 딸이다. 1962년생, 어린 시절 교회합창단에서 노래했고 음악학교에서 피아노를 전공했으며 이후 러시아 국립아카데미의 강사로 재직했다. 그의 인생 전기는 1991년 사랑하는 남편의 급작사였다. 혼자가 된 라이사는 고독과 슬픔을 담아내어 노래하는 가수로 거듭나게 되는데, 1997년 자기가 만든 음악들을 발표하여 큰 호응을 얻게 된다. 러시아는 새로운, 그러면서도 놀라운 기량의 시어와 작곡 능력을 갖춘 포크 가수를 얻게 된 것이다. 인생의 그늘과 눈보라를 아는 라이사는 자신의 아픔을 딛고 오히려 우리를 지금껏 위로하고 있다.
 
05_Torna a Surriento돌아오라! 소렌토로/
Kim Doo Soo 김두수(나일론 기타, 노래: 김두수, 번안: 임의진)
붉은 사과가 열리는 대구에서 태어난 김두수는 대학시절 이미 가수로 데뷔하여 애쉬드 포크록의 명맥을 이었다. 그러나 잔인한 병마에 쓰러져 3년 동안 입원 투병생활, 수차례 생사를 넘나들었다. 이후 가까스로 몸을 추슬러 대관령 산간오지에 10년 넘게 은둔 생활. 이후 독특한 초월적 언어와 유랑의 영혼, 놀라운 기타 주법으로 빚어낸 음반 <자유혼>, <열흘나비>, <저녁 강>을 잇따라 발표하여 일본 및 유럽, 미국등지까지 팬층을 확보해갔다. 여기 그만의 나폴리 민요는 독특함을 넘어 귀기마저 담뿍 서려 있다.
 
“아름다운 저 바다 그리운 저 빛난 햇빛 내 맘 속에 잠시라도 떠날 때가 없구나. 향기로운 꽃 만발한 아름다운 동산에서 내게 준 그 귀한 언약 어이하여 잊을까. 멀리 떠나간 벗이여. 나는 홀로 사모하여 잊지 못할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다오. 돌아오라 이곳을 잊지 말고, 돌아오라 소렌토로 돌아오라. 일렁이는 푸른 바다 부서지는 하얀 파도 다붓했던 내 사랑은 모래성과 같구나. 밀감꽃이 환한 언덕 손잡고서 걷던 날들. 기차역에 홀로 두고 떠나버린 그대여. 보고픔에 흘린 눈물 저 바다가 되었는가. 오시리라 긴 세월을 기다리며 살았네. 돌아오라 이곳을 잊지 말고. 돌아오라 소렌토로 돌아오라. 우우우.”
 
06_Peribanou귀부인/ Aliki Kayaloglou
아리키 카야로그루는 작곡가 마노스 하지다키스의 노래를 여물게 해석하는 몇 안 되는 그리스 민속음악 가수이며 영화배우다. 그리스인들은 하지다키스의 노래를 들으면서 성장한다. 아이들은 ‘캐맬Camel’을 동요삼아 부르고, 숙녀들은 ‘페리바누’를 열창하면서 사랑한다. 그리스 근현대음악의 양대 산맥, 미키스 테오도라키스와 마노스 하지다키스는 그리스 민주화와 경제성장 시대, 역사와 맞물려 숱한 에피소드를 쏟아낸 작곡가들이다. 1982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아리키는 그리스는 물론이고 스페인, 튀니지, 멕시코, 프랑스, 이탈리아, 사이프러스, 스웨덴, 영국, 터키, 독일, 러시아까지 공연을 이어가고 있으며 배우로서도 충실하게 활약하고 있다. 이 노래 ‘귀부인’은 이미 사비나 야나투의 목소리로 월드뮤직 선곡음반 ‘보헤미안’에 소개되기도 했는데, 그 감흥을 이어가고자 ‘기차여행’에도 연달아 탑승했다.
 
07_Hasta Siempre Comandante체 게바라 사령관이여, 영원하라!/
Son Norteno & Pina Colada
이 노래는 쿠바인은 물론 아메리카 정신의 찬가이자 숭고한 인간미의 정점이었던 체를 기억하는 모든 사람들의 노래다. 카를로스 푸에블라에 의해 처음 불리어졌고, 실비오 로드리게스 등 체를 아는 모든 가수들과 집시들의 레퍼토리다. 이 음원은 선곡자가 쿠바 기차여행 중에 길거리 집시 밴드에게서 들은 노래다. ‘손 노르테노 와 피나 코라다’는 쿠바 기차여행객들을 위해 ‘엉성하게 만든’ 음반을 들고 팔면서 노래하는 촌동네 집시밴드다.
 
“우리는 알았습니다. 당신의 용기 있는 행동이 죽음마저 극복해버린 그 역사적 순간부터, 당신께 경의를 품는 일이 무슨 뜻을 담고있는 일인지... 우리의 사령관이신 체 게바라여! 여기 당신의 존재가 의미하는 뚜렷하고 명징한 사실하나가 있습니다. 당신이 강인한 두 손으로 혁명을 완수했던 사실을 똑똑히 기억합니다. 저기 산타클라라 계곡도 당신과 대면하고자 깨어나 빛을 발합니다. 우리의 사령관이신 체 게바라여! 여기 당신의 존재가 의미하는 뚜렷하고 명징한 사실하나가 있습니다. 당신의 해맑은 웃음을 기억합니다. 혁명의 깃발을 꽂기 위하여 당신은 봄날의 햇살과 같은 훈풍을 몰고 걸어오셨습니다. 우리의 사령관이신 체 게바라여! 여기 당신의 존재가 의미하는 뚜렷하고 명징한 사실하나가 있습니다. 혁명에 대한 희망을 품고 당신은 너무나도 야무지게 앞장섰습니다. 당신이 염원했던 새로운 세계로 우리 모두 걸어가고자 합니다. 여기 당신의 존재가 의미하는 뚜렷하고 명징한 사실하나가 있습니다. 우린 이제 전진하렵니다. 당신과 함께 말입니다. 피델 카스트로와 더불어 선언합니다. 당신이야말로 우리의 영원한 사령관이시라고!” (Hasta Siempre Comandante)
 
08_Rainbows/ Twana Rhodes
트와나 로데스는 원래 미국 텍사스 출신으로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는데, 재즈 연주자에 발탁되어 뒤늦게 재즈 가수가 되었다. 지금은 독일 베를린을 주된 무대로 삼고 서유럽권에서 활동 중에 있다. 독일 기차 DB 고속열차 ICE를 타고 달리며 함부르크와 뮌헨, 최근에는 베를린 근교 드레스덴에서 공연을 가졌다고 한다. 나겔하이어 레이블을 통해 주력 가수로서 자리 매김한 이후, 여러 번 음악풍의 변화를 꾀하고 있는데 대중성보다는 혼혈 흑인인 그녀만의 특이한 억양과 창법, 텍사스 블루스와 컨트리풍 포크, 재즈의 독창적인 결합에 더 집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트와나의 노래가운데 가장 유려하고 이국적인 ‘레인보우’, 기차에서 보는 무지개는 여행의 후반부를 분명 흥미만점으로 몰고 갈 것이다. ‘빨주노초파남보 빨주노초파남보’ 이렇게 노래하면 금세 종착역에 다다를 듯.
 
09_ 명사산을 오르다/ 박남준 (시 낭송)
Oh! Quand Je Dors(P.List 1811-1886) Trumpet: Timofei Dokshitser
하동군 악양면 동매마을, 따뜻한 지리산 자락에 살고 있는 버들치 시인 박남준의 시낭송. 가까운 지인들과 나누기 위해 시낭송 음반을 갖고 있기도 하다. 물론 이 시낭송은 ‘기차여행’을 위해 특별히 녹음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중국과 몽고를 거치는 노선도 있는데, 고비사막을 만나고 몽고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기차를 타면 아랫녘 윗녘 어디로든 먼 길을 흘러갈 수 있다. 배경음악은 우크라이나 출신 세계적인 트럼펫 연주자 티모페이 독시체르(Timofei Dokshitser)의 트럼펫)의 곡. 무려 40년동안 볼쇼이 극장에서 트럼펫을 분 내공이 사뭇 느껴진다.
 
“고비사막 돈황의 모래가 우는 산이라는 명사산에 올랐네. 인생이 이렇게 발목이 푹푹 빠져드는 길이라면 서슴없이 대답할 것이네. 일찍이 그만둬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고개를 내저어보기도 했네. 끄덕이기도 했네. 산 넘어 모래바람 갈기 세우는 명사산에 엎드려 삶이 때로 늙고 힘 다하도록 능선에 올라 지친 땀 씻으며 걸어온 길 되돌아보는 일이라는 것. 그렇게도 생각해 보았네. 명사산에 귀 기울였네. 살아오는 동안 내 울음은 곡비처럼 너무 컸네.
결코 울음소리 들려주지 않는 명사산. 세상에 지친 이들이 여기 올라 모든 울음을 묻고 갔으리. 안으로 울음을 묻고 묻어 산을 이룬 모래산 . 터덕터덕 낙타 등에 몸을 싣고 사막을 가던 날이 있었네.” (명사산을 오르다 / 박남준)
 
10_Le Meteque이방인/ Jean Marie
장 마리는 정처 없는 집시가수요 서커스 악사다. 파리 지하철에서 노래하던 그는 친구를 찾으러 한국에 찾아오기도 했었다. 조루즈 무스타키의 노래로 잘 알려진 ‘이방인’을 서커스 악단 유랑 악사의 목소리로 들어본다.
 
“그대는 이방인의 입술을 지녔네요. 방랑하는 유대인이나 그리스 떠돌이 목동 같아요. 산들바람에 머리카락을 나부끼며, 짙푸른 눈망울. 간혹 꿈꾸고 있는 것 같아요. 방랑자의 손을 지녔군요, 정원을 정성껏 손질한 듯, 유랑 악사의 손만 같아요. 술을 마시고 핥고 그 많은 키스를 나눴어도 아직 허기진 입술이군요. 그대는 방랑하는 유대인이나 그리스 떠돌이 목동. 아니면 도둑이나 집 없는 부랑자 같아요. 그대를 매만진 뜨거운 햇살, 스커트를 입은 여자라면 그대가 가만두지 않았겠죠. 그 일로 그대는 괴롭고 힘들었겠죠. 허망하여 낙심이 크셨겠지요. 연옥을 피하지는 못할거라면서 희망마저 날려버린 그대여. 그대는 이방인의 입술을 지녔네요. 방랑하는 유대인이나 그리스 목동 같아요. 산들바람에 머리카락을 나부끼며... 그대는 내 마음을 사로잡았어요. 그토록 찾았던 옹달샘이 맞아요. 나의 왕자님! 몽상가여도 좋고 젊은 아이라 불러도 좋아요. 그대 마음대로 부르세요. 우리 마지막 날까지 사랑을 나눠요.”
(Le Meteque, 조르주 무스타키 시/곡)
 
11_One Heart, Three Voices/
David Linx, Fay Claassen, Maria Pia De Vito
데이비드 린스와 피아니스트 디제릭 비셀이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만든 성악가들의 혼성 프로젝트 앨범. 북유럽과 남유럽을 연결하고자 큰 포부를 안고 출발한 퓨전 성악단. 누구보다도 부드럽고 훈훈한 이탈리아 발성으로 노래하는 이들은 데이비드 린크, 페이 클라센과 마리아 피아 데 비토. 마리아는 네덜란드 출신으로 풍부한 성량을 자랑한다. 이들은 십 년 동안이나 같이 활동하며 끈끈한 우정을 힘입어 아름답고 성실한 화음을 들려주고 있다. ‘세 목소리, 한 마음’이라는 이 노래는 기차선로가 다르듯 얽히고 설킨 모든 길. 그러나 한마음으로 노래 부른다. 저마다 사연이 남다른 모든 승객이 한 차량에 타서 흘러가는 기차처럼...
 
12_Stars are Rising/ 이선주(북한 가수) & Edi Reader
영국의 가수이자 배우, 글래스고대학의 박사출신이기도 한 학구파 가수 에디 리더. 그리고 북한 가수 이선주의 합작 동요. 북한 가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초희귀 트랙이다. 주로 런던에 머무르며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일본, 호주, 스페인, 미국 전역을 무대로 순회공연도 가졌다. 특히 계관시인 ‘로버트 번즈’의 시를 노래한 음반은 많은 사랑을 받았고, 이를 통해 세계적인 가수로 발돋움 했다. 북한 가수 이선주에 관한 자세한 어떤 정보도 구할 수 없다. 이 음원이 어떻게 녹음되었는지도 알 수 없다. 다만 이 음반은 라는 제목으로 노르웨이 KKV 레이블 음반에 수록된 자장가다. ‘악의 축’ 나라들의 자장가라는 제목이 흥미롭다. 북한뿐만 아니라 이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쿠바 등의 자장가가 수록되어 있다. 이 나라들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미국의 자장가보다 백배 천배 웅숭깊고 따사로운 자장가들이다.
 
13_I Opened My Heart/ Zulya
줄리아는 러시아 변방 타타르스탄 출신 가수로 존재의 숨결인 그녀의 고향을 추억하는 노래들을 종종 들려주곤 한다. 1991년 오스트레일리아로 활동 무대를 옮겨 남동부 도시 멜버른에서 주로 공연을 지속하고 있는데, 호주 월드뮤직 어워드 올해의 음반상을 여러 차례 수상했다. 그녀의 노래는 러시아의 기차와 호주의 기차표 ‘Great Southren Rail Pass’에 실려 대륙과 대륙을 오가면서 퍼져나가고 있다. 마음을 연다는 것, 그건 기차 여행에서 반드시 가져야 할 ‘탑승 자세’다. 옆자리 손님, 앞 뒷자리 여행자들에게 절대 무례하지 않은 친절하고도 단정한 동행으로 각자 갈 길을 가야한다. 심야열차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지친 여행자들, 그들 창밖으로 철로는 길게 뻗어있고 갈 길은 멀다. 인도 기차, 러시아 기차, 미국 기차, 유럽 기차, 남미 기차, 일본 기차, 중국 기차, 한국 기차는 오늘도 플랫폼을 떠나 여행자들을 싣고 별빛도 없는 밤을 가르며 달리고 있다.
 
14_Black Orpheus/ Anieszka Tosak
‘블랙 올훼’는 영화의 성공뿐만 아니라 음악계에도 큰 충격을 던져준 영화. 이 애절한 주제가를 아니츠카 토사크가 기타 반주에 맞추어 소박하게 재해석했다. 검은 그림자, 애달픈 흑인, 때묻은 검정 기차, 하늘을 검게 그을리는 매연, 시꺼먼 철로와 침목과 캄캄한 터널... 기차 여행 풍경이 모두 떠오르는 노래. 아니츠카 토사크는 러시아 출신으로 훌라후프를 돌리듯 유연한 목청을 가진 인디 가수다. 고행의 삶이 운명인 염소자리 토사크의 노래는 가을 가고 겨울 오듯 스산하기만 하다. 마치 눈물 소리 같이... 정현종의 시 ‘그 여자의 울음은 내 귀를 지나서도 변함없이 울음의 왕국에 있다’는 것을 되새겨주려는 것일까.
 
15_Last Train마지막 기차/ Sato Ukie와 곱창전골
(기타, 노래: 사토 유키에, 탬버린 & 코러스: 인디언 수니, 임의진)
사토 유키에는 도쿄 출생의 일본인으로 마흔이 넘어서야 한국여인과 결혼하여, 한국사람보다 더 한국사람 같다. 그는 친선과 평화, 재미있는 일상의 풍경을 신나게 노래한다. 한국말을 공부하고, 시를 짓고, 한국말로 노래를 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데, 그가 지금 일본인으로서는 최초로 해가고 있다.
 
“술에 곯아떨어진 여자가 길의 일부분을 점령해서 남자는 초점을 잃고 있네. 어찌 할 수 없어 우뚝 서 있네. 오늘도 어딘가 길에서 누군가 토하고 있겠지. 마지막 열차는 술 냄새와 빨간 얼굴이 많다. 아-. 해가 지면 이 거리는 일곱 빛깔로 반짝여서 낯익은 풍경과는 다른 얼굴이 보이네. 아저씨는 추억이 되어서, 젊은이는 꿈을 꾸어서, 무엇을 찾고 있을 것 같아 네온 안에 사라져 갔다. 아-. 술에 곯아떨어진 여자가 길의 일부분을 점령해서 기쁜 것이 있었거든 슬픈 것이 있었거든 오늘도 어딘가 길에서 누군가 게우고 있겠지. 마지막 열차는 술 냄새와 빨간 얼굴이 많다. 마지막 열차는 술 냄새와 빨간 얼굴이 많다. 아-” (Last Train)
 
16_I Could Be Nothing/ Great Lake Swimmers
급부상중인 포크록 밴드 ‘그레이트 레이크 스위머’는 캐나다 토론토를 중심으로 노래하는 밴드. 최신 멜로딕 포크록의 잔잔한 맛을 보여주고 있다. 리드 보컬을 맡은 토니 데커, 어쿠스틱 기타와 하모니카도 연주한다. 밴조를 연주하는 에릭 엔더슨은 일렉트릭 기타와 인도 하모니움도 켤 줄 안다. 그랙 밀슨은 드럼을 맡았고 달시 예이츠는 베이스 기타를, 그리고 줄리에 파더는 건반과 백 보컬을 담당하고 있다. 이 5인조 밴드는 레드 하우스 페인터스, 닉 드레이크, 아이론 앤 와인을 합친 것 같은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보컬인 데커의 얘기로는 그램 파슨스와 행크 윌리엄스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한다. 허공에 내지르는 허허로운 목소리가 마치 기차의 경적소리만 같다.
 
17_Quien Me Tienda La Mano Al Pasar내게 드리운 손길/
José María Vitier & Sara González
쿠바의 음유시인 호세와 사라의 협연으로 빚어진 이 울창하게 아름다운 노래는 조각구름, 안개구름이 둥둥 떠있는 푸른 하늘과 코발트블루의 카리브 해가 성기게 내려앉아 있는 듯하다. 쿠바는 중남미에 유일하게 기찻길이 놓여있는 나라다. 럼주를 만드는 드넓은 사탕수수 밭이 있기 때문이다. 체 게바라는 기차를 타고 사탕수수 밭에 노작 노동을 나가기도 했다. 기차가 지나가는 그 길에는 멀리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그 길을 지나며 선곡자는 이 노래를 듣고 있었다. 노래는 귀가 아닌 가슴으로 들어야 제대로 감응되는 것. 이런 노래를 만날 수 있는 것은 물론하고 기적이다. 일상은 기적이 얼기설기 엮여있는, 기적의 시공간이 아니겠는가.
 
18_Slow River/ A Singer of Songs
‘Singer of Songs’는 고인이 된 컨트리가수 쟈니 캐시의 노래 한 소절에서 빌려왔다고 한다. 굵은 첼로 소리와 얇은 밴조 소리, 그리고 기타가 버무려진 절정의 기량이 담긴 음반에 ‘느린 강’이 흐른다. 철저히 홈레코딩 방식을 취해 소박하다. 그는 어디선가 이렇게 인터뷰했다.
 
"나는 침묵에 귀가 번쩍 뜨입니다. 침묵은 내 친구입니다. 침묵 속에서 영감과 평화의 음률을 얻습니다. 나는 고독을 통해 진실로 걸어가고 싶어합니다.”
 
그는 현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거처를 두고 있다. 이 스페인에서 날아온 놀랍도록 달달한 노래는 이미 첫 번 음반에서 보여준 감미로움의 연장선이다.
 
 
(아울로스 월드뮤직사업부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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