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땡볕에 해바라기는 땅에 사는 쌍둥이 태양이로군요.
붉게 타는 해바라기가 총총거리는 문화광장 길 건너편엔
지난 봄날 씨앗을 뿌린 사람들이 공간하나를 마련했어요.
이곳 광주, 하고도 한 복판, 우뚝 <May Hall>을 열면서
게릴라 가드닝을 함께한 한희원 화백의 신작들을 맨 먼저,
모시게 되니 그야말로 감격스럽고 행복한 꽃자리입니다.
초창기 맹렬한 민중미술로 시작하여 더없이 웅숭깊은
서정성과 보편미학을 확보한 화가의 현재 진행형...
그간의 심화되어온 화풍에 유의미한 모더니티를 더하여
가난하지만 누구보다 행복한 삶을 사는 악사들을 소담히
담아낸 작품들은 가장 낮은 곳에서 생명과 사랑을
노래하는 이웃들 모두를 차근차근 떠올리게 만드는군요.
달빛을 구류한 이 좁은 공간에서 저녁마다 수런거리는
만남들이 영글 테고, 화가의 그림은 때론 노래가 되어
입에서 귀로, 그리고 밤하늘로 설핏 번져나갈 터이지요.
낮고 겸손한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사랑한 날들...
목마른 날 와와 쏴쏴 쏟아지는, 고마운 소낙비처럼
이 다디단 선물 <May Hall>로 해갈하는 여름이군요.
저마다 어깨를 옹송거리고 고개를 떨구는 고단한 시절,
그래도 화가의 예술을 사랑하고 화가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시를 귀담아 들으려는 이 자리에 우리는 모였어요.
대단한 업적의 개발 공사가 아닌 김장독 하나를 묻는
삽질이 그리운 시절이지요. 한희원의 그림은 바로 그런
작고 따뜻한 인간 본성으로 나아가는 걸음, 걸음입니다.
눈부시게 반짝이고 글썽이며 어룽거리는 별빛 보세요.
가슴으로 노래하고 흔들림으로 얘기하는 꽃을 보세요.
허름하고 낡은 골목과 기다림으로 지친 외등의 손짓을...
그뿐이지요. 이게 바로 한희원 화백이 말하려고 하는
에반젤리칼, 복된 소리이지요... 이 난폭한 후기 자본주의,
이기와 욕심으로 얼룩진 경쟁사회에서 우리가 돌이켜야 할...
그래야 살 길, 사람답게 모두가 함께 사는 길이겠지요.
2012. 8. 1
관장 임의진 두손 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