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꽃과 나무와 풀들이 전해준 언어들로 쓰인 제 노래들이 각박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삶의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전남 강진 남녘교회에서 한국교회의 진화를 위해 분투해온 이른바 ‘운동권 목사’인 임의진 목사(45·사진)가 독집앨범 <멜랑콜리 맨>을 내놓았다. 2004년 첫 독집앨범 <하얀새>, 2006년 <집시의 혀>, 2008년 <방랑자>에 이은 네 번째 앨범이다.
그는 “한 길에 함몰되는 게 싫어” 목사의 직무를 내려놓고 담양 산골에서 회선재(回仙齋)라는 흙집을 마련해 살고 있다. 그곳에서 남새밭을 일구고, 짬짬이 글을 쓰고, 음반 만드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시인, 수필가, 화가, 여행가 등 다종예술가로 불리는 그는 콤필레이션 음반(편집음반·모음집)인 <여행자의 노래>가 스테디셀러에 오를 만큼 월드뮤직 마니아층에선 알아주는 선곡자다. 오는 25일 부암동 유나방송 담마홀에서 발매기념 쇼케이스 공연을 갖는 그를 지난 20일 본사에서 만났다.
임 목사는 이번 앨범의 전곡을 작사·작곡하고, 노래하고, 프로듀서에 레코딩까지 직접 했다. 의형제이자 <자유혼>으로 유명한 포크록 가수 김두수씨가 대부분의 곡의 기타 연주를 맡아줘 음반 분위기를 살렸다.
“나는 가창력으로 승부하는 ‘멱따기’ 가수가 아닙니다. 자신의 노랫말을 갖고 영혼으로 노래하는 음유시인이라고 할까. 시인이 악기에 시를 실어서 낭송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제 노래가 제대로 들릴 겁니다.”
그는 목사의 아들이었다. 덕분에 음악에 일찍 눈을 뜰 수 있었다. 어려선 찬송가와 성탄 캐럴을 부르며 놀았고, 커서는 1년의 반 이상을 세계를 떠돌며 만난 집시들과 함께 노래하며 놀았다. 노래는 그를, 그는 노래를 떠나지 않았다.
김두수씨의 부추김에 ‘가수의 길’로 나선 지 어언 10년. 자연을 닮은 그의 노래에서는 상업적인 냄새가 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노래를 ‘한국에서는 홀대를, 세계에서는 인정을’ 받는 노래라고 주장한다.
“노래는 진실하게 부르면 되는 거잖아요. 디지털 기계를 이용해 오만 가지 기교를 다 섞어 거짓으로 만든 노래들이 범람하는 세상에서 제 노래는 거칠고 싱거울지 몰라요. 아마도 생아마추어 가수의 노래처럼 비칠지도 모릅니다.”
이번 음반은 전문가가 아니면 접하기 힘든 음악들이어서 낯설지만 “어디선가 들어본 듯 편안한 음악”이 대부분이다. 정처 없이 흘러가는 여행자의 비망록 같다. 6번 트랙 ‘구럼비 강정’은 제주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를 지키려는 시인의 기도와 환경운동가의 마음이 오롯이 담겨 있다.
“기존 대중음악과는 결이 다른 정서, 비유와 은유로 가득찬 노랫말이 다소 생경할지 모르지만 참을성을 가지고 한번 들어보세요. 느낌, 울림이 올 겁니다.”
음유시인 레너드 코헨의 음악을 통해 적잖은 위로를 받는다는 그의 소망은 “제3세계 음악들을 많이 선보여 세상을 문화적 다양성으로 채우고, 고정된 틀과 화석화된 선입견들을 깨는 자유의 전사가 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