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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손에 들린 예수와 붓다의 쇠붙이_ 화가 임의진 작가론/ 민중미술전
글쓴이 : master 날짜 : 2018-08-22 (수) 05:35 조회 :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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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손에 들린 예수와 붓다의 쇠붙이_ 화가 임의진 작가론


한종호(꽃자리 출판사 대표, 전 <기독교사상> 편집주간)


<역사의 불꽃>은 어느 날 갑자기 아무런 근거 없이 타오른 것은 아니다. 시기를 한 백년  전으로 거슬러 잡으면, 조선조가 멸망의 위기에 처해 있던 19세기 말, 도처에서 문란해진 국정을 바로 잡고 가혹한 수탈을 극복하려 했던 농민들의 봉기와, 그것이 마침내 하나의 힘으로 집결하게 된 갑오 동학 농민전쟁의 과정에서 그 실마리를 보인다. 전봉준은 내부의 밀고자 한신현의 배신으로 정부군에게 체포되고 결국 41세의 나이로 풍운의 세월을 뒤로 한 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당시 그는 자신의 이러한 처지를 예감하고 <운명>이라는 제목의 시(詩)를 남긴다. “時來天地階同力/때를 만나서는 천지도 내편이더니, 運去英雄不自謀/운 다하니 영웅도 어쩔 수 없구나, 爲民正義我無失/백성사랑 올바른 길 무슨 허물이더냐, 愛國丹心有誰知/나라 위한 일편단심 그 누가 알리.”

몰살당하고 허물어진 이들 민초들의 생명력은 그러나 역사의 무대에서 영영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이 힘은 흐르고 흘러서 하나의 강을 이루어, 의병항쟁으로, 독립운동으로, 민주화 운동으로, 통일운동으로, 촛불운동으로 우리민족의 앞날을 위해 자신을 모두 던져 헌신하는 사람들의 역사적, 정신적 혈통의 뿌리가 되었던 것이다. 그러니, 한번 우뚝 일어선 민초들의 생명과 예수의 생애는 역사의 긴 안목에서 보자면 과정 과정에서 패배와 후퇴 같은 우여곡절이 있긴 하겠으나 결코 꺼지는 법이 없는 것이다.

이렇듯 민초들과 역사의 예수를 보고 만나려는 작가는 교회당에서도 찾아보고, 절간에서도 찾았지만 없다. 아니 차라리 없었으면 좋았겠다. 그 틀을 쓴 것들로 채워 있었으니…
어디서 예수를 만나고, 석가여래를 만나겠는가? 작가에게 있어 사람을 위하고 그 의를 세우며 희생하는 모두는 예수-석가였다. 동학의 창시자 수운(水雲) 최제우 선생이 도탄에 빠진 백성들의 삶을 아파하면서 하늘의 뜻을 묻는 과정에서 득도(得道)할 때, “생명의 근원이신 하나님을 우리 안에 모시고 살아야 참된 인간이 된다”는 기독교의 가르침과 너무나도 같은 <시천주(侍天主)>라는 충격적인 깨우침을 얻게 된다. 작가는 그 <시천주>의 실상인 예수를 보여준다.  ‘시천주-사인여천’사상에 익숙했을 전봉준뿐만 아니라 밭을 가는 소, 심지어 그 소를 기대서 사는 농부의 손에 들려 있어 묵묵히 낡아지는 호미와 삽 그리고 쇠스랑에서도 예수의 희생을 만나고 있다.

그런 그에게 터줏대감처럼 자리한 부처는 너무 한가한 꼴이고, 흰둥이 예수는 토착화를 빌미로 또 다른 방울채인 장미꽃을 흔들며 복채를 챙기기에 급급한 무당일 뿐이었다. 초라하기 이를데 없는 절간과 예배당. 거기에 길은 나 있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거기 뿐 아니라 여기저기 사람의 흔적, 사람의 흔적은 너줄하지만 정작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사람이 없는 세상이다.

유일한 한 사람, 차를 운행한다기 보다 그 차, 그 문명에 갇힌 그림자 사람은 누구일까? 존재가 희미한 그 사람은 예수를 찾는, 나를 따르라 부르신 대상인 그 사람들이 아니라 그들의 손에 들려진 도구에서 애써 예수를 느낄 수밖에 없었던 작가 자신을 객체화시킨 게 아닐까? 그림에는 시대를 아파하며 예수에 갈급한 작가의 심정(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작가의 그 아픔은 보는 이들의 마음 또한 아프게 짓누른다. 작가의 정크미술은 알맹이를 잃고 저물어가는 교회를 담고 있다. 아니 작가 자신을 폐기물로 삼아 시대를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 또한 하나의 읽음 뿐인 것을, 작가의 숭고함에 얼룩이나 되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함으로 두 손을 모으며.



(201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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