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박불똥 신작전/ 광주정신 메이홀 5.11-5.29
사진콜라주의 대가인 박불똥의 신작전 <세월아 나오너라 달맞이가자> 을 기획 전시 예정인 메이홀입니다.
<광주정신 메이홀>은 2012년 국내 최초로 시민들이 일궈낸 자생 예술공간입니다. 공룡처럼 커져가는 관의 간섭과 검열에서 벗어나 예술가들의 창조성, 자생성, 자긍심의 현장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시민들이 십시일반 힘을 모아 마련한 대안공간입니다. 따라서 메이홀은 철저히 시민들의 후원만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앞에두고 광주광역시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메이홀은 1관 4개층 전시공간과 2관 이매진은 2개층 문화교실(요가, 요리, 도서관)을 상시운영하고 있는데, 전시공간인 갤러리는 1년에 1회 5.18 특별전이 주종 전시이며 나머지 기간 동안은 시민참여전시가 드문드문 열리고 있습니다. 신인과 무명인의 전시를 돕고 있고, 전업 작가로 활약중인 화가들의 전시는 매우 드문 것은 시민자생 예술공간으로서 운영미학이라 생각됩니다. 따라서 메이홀은 5월 특별전을 위해서만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여타 상업 갤러리들과는 다르게 오로지 80년 오월광주의 현재적 의미를 재해석해낸 작품들로 년 1회 특별전을 갖는 것만으로도 대안적 미술관으로서 그 사명을 다하고 있다고 감히 자부합니다.
지난 4년 동안 미술동인 임술년의 창립 멤버 한희원, 광주항쟁 시민군 출신 민중화가 홍성담(작가가 비엔날레측의 사전검열에 반대하면서, 광주비엔날레측은 물론 예술계 전체가 발칵 뒤집어진바 있었던 <세월오월> 작품도 메이홀을 작업실로 사용하여 비엔날레 출품을 하던 과정 중에 벌어진 일대 소동극이었습니다), 한겨레신문 만평 연재를 통해 명성을 떨쳤던 박재동, 2015년에는 리얼리즘 회화의 위상을 드높여온 임옥상의 신작전 등 당대의 기라성 화백들과 지향을 함께해왔습니다. 이어 올해는 사진콜라주/포토몽타주 작업으로 민중미술의 색다른 확장을 30년 넘게 꾸준히 꾀해 나가고 있는 가히 '청년 박불똥'의 개인전을 마련하였습니다. 출품작 대다수가 신작이라 더욱 뜻깊습니다.
콜라주(Collage)란 불어 콜레(Coller풀칠해 붙이다)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입체주의를 열어낸 피카소와 브라크가 콜라주 기법을 처음 시도했다지요. 1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급진적 모험가 성향의 다다이스트들이 전후 유럽의 사회현상을 직시하고 반영하는 전위(아방가르드)적 미술활동을 펼쳐나갔으며, 초현실주의 작가군의 일원인 막스 에른스트는 '불협화음의 콜라주'를 창안하기에 이릅니다. 이후 정크 아트와 팝아트에 영향을 미친 것은 물론이고, 쓰레기더미에서 예술작품을 건져올리는 '앗상블라주'도 콜라주의 영향을 받아 생겨난 새로운 현대미술 작법입니다. 국내의 경우 80년대 미술운동을 거치면서 신학철을 선두로 몇몇 미술가에 의해 사진콜라지 작품들이 본격 발표되기 시작했는데 반전과 평화, 민주와 인권 등 공동선의 가치를 고양시키려는 시대정신에 부합한 결과였습니다. 그들 가운데 박불똥은 남달리 사진콜라지 작업을 특화시킨 작가입니다. 그가 붓 말고 사진으로 그려낸 우리시대의 인물화와 풍경화는 한 세대를 풍미하며 바야흐로 만개했고 소중한 예술사적 소명을 증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미술평론가 박영택은 저서 <애도하는 미술>에서 이렇게 박불똥을 소개하고 있네요. “한국현대미술사는 5월 광주를 거치며 이전과 다른 작업을 보여준다. 박불똥의 콜라주 작업 방식은 사진술과 인쇄술의 급속한 발달에 기인하는데 그는 콜라주 기법으로써 삶을 통해 목도한 사실, 폭력적인 권력, 죽음으로 내모는 정권에 대항하는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연출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물감과 붓질, 화폭과 이젤 대신에 사진 오브제를 이어 붙이는 콜라주 기법으로 그러한 목적을 수행했다. 비극적인 죽음, 80년대의 상처를 형상화했다”
리얼리즘 화풍이 새삼 부각되고 있음은 천만다행입니다. 그러나 대형 상업화랑에서만 기염을 토할 일이 아니겠죠. 메이홀은 개관 이래 줄곧 어두운 역사현실에 눈감는 예술의 퇴행을 경고하면서 시대의 참람함에 맞서는 예술의 웅혼하고 강직한 분투를 격려해왔습니다. 그게 바로 광주정신이요, 오월항쟁의 연속선상에 우리 자신을 곧추세우는 일일 것입니다. 사람살이 다 그렇듯이 메이홀도 내우외환을 겪었습니다만 발을 빼거나 물러설 수 없습니다. 아니, 물러서지 않겠습니다. 그리하여 오늘 박불똥 신작전이라는 절정, 극점을 찍는 데까지 이르게 된 것입니다.
이번 전시 내용은 세월호 참사를 비롯 오월 항쟁 에피소드와 숭악한(흉악한) 국가폭력, 뿌렁구(뿌리) 깊은 탐욕적 자본에 노출된 국민들의 피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해지기 전에 와라이. 다 같이 저녁밥 묵게”(한강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 중에서)
박불똥의 작품엔 족쇄 같은 제국의 음료 코카콜라 병과 전선마다 꼿꼿한 양물 핵무기만 솟아있는 게 아닙니다. 한편엔 아늑한 저녁밥상이 차려져 있고 거기 시민군의 주먹밥도 놓여있네요.
재기발랄한 포토몽타주는 시대를 묵직하게 가로지르면서 합성, 재현, 조합, 복제의 작란질은 물론 마주하기 불편한 속살까지 태연히 드러내 보여주며 일련의 쇼크를 선물합니다.
박불똥 전시에 붙여 칼럼니스트 김규항은 다음과 같은 관람평을 내어놓고 있습니다.
“예술을 굳이 사회적 상황이나 역사적 맥락과 결부지어 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세계의 형상을 그려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활동가나 정치가들도 그런 것을 그린다. 그러나 정치가들의 그림은 현실에서 실현가능한 것일 수밖에 없다. 활동가는 정치가보다는 좀더 이상주의적이지만 역시 현실의 굴레를 벗어날 순 없다. 오로지 예술가만 무제한/무책임하게 세계의 형상을 그려내는 면허를 가진다. 예술가가 어디에 있는가는 한 사회의 상태를 보여준다. 만일 예술가가 혹은 예술가의 상상력이 활동가보다, 심지어 정치가보다 뒤쳐져 있거나 복속된 상태라면 사회는 아무런 희망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오늘 한국이 그렇다. 민주화와 신자유주의 이후 이른바 민중 예술가들은 대부분 부르주아 민주주의 체제에 포섭되었다. 박불똥은 그런 경과에서 적이 예외적인 작가라 할 수 있다. 물론 그 예외성은 유보적이다. 단지 과거 민중미술 진영의 다른 작가들과 한동아리는 아니라는 의미일 수도 있고, 오늘 시점에서 세계의 형상을 그려내는 작가라는 의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는 그걸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박불똥이라는 예외>, 김규항/ 칼럼니스트, 고래가 그랬어 발행인)
메이홀 홈페이지 http://www.mayhall.co.kr
큐레이터 주홍 (현대화가, 성균관대 대학원 강사) 010-6791-805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