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박불똥 신작전 5월 11일 오프닝/ 메이홀 1관 전층
여타 상업 갤러리와 다르게 오로지 년1회 광주항쟁을 재해석하는 작품들로 특별전을 여는 것으로 사명을 다하고 있는 대안적 미술관 <메이홀>. 그간 임술년 창립 멤버 한희원, 시민군 출신 민중화가 홍성담, 한겨레신문 만평가 박재동, 리얼리즘의 위상을 높여온 임옥상에 이어 올해는 민중미술의 콜라주세계를 펼치는 중인 불멸의 불꽃 청년 박불똥 화백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작품 대다수 신작입니다. 행렬지어 불 밝히는 반가움으로 마중할 따름입니다.
콜라주(Collage)란 풀로 붙이고 바르다는 불어 콜레(Coller)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입체주의를 열어낸 피카소와 브라크가 처음 콜라주도 창조해냈어요. 1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급진적 모험가 다다이스트들이 사회현상을 직시하는 작품을 발전시키기 시작했고, 초현실주의 작가들 가운데 막스 에른스트는 불협화음의 콜라주를 창안하였죠. 이후 정크 아트와 팝아트에 영향을 미친 것은 물론이고 80년대에 들어와서는 ‘포토몽타주’가 피어났는데 시대정신이었던 반전 평화, 민주 인권운동에 고무된 결과였습니다. 최근에는 ‘아상블라주’라 하여 쓰레기더미에서 건져낸 예술작품의 탄생도 콜라주의 영향입니다. 국내에 들어온 콜라주 화풍은 박불똥으로 인하여 만개했고 막중한 예술사적 시대사명을 이루게 됩니다.
미술평론집 <애도하는 미술>에서 박영택은 이렇게 박불똥을 소개하고 있네요. “한국현대미술사는 5월 광주를 거치며 이전과 다른 작업을 보여준다. 박불똥의 콜라주 작업 방식은 사진술과 인쇄술의 급속한 발달에 기인하는데 그는 콜라주 기법을 통해 삶을 통해 목도한 사실, 폭력적인 권력, 죽음으로 내모는 정권에 대항하는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연출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물감과 붓질, 화폭과 이젤 대신에 사진 오브제를 이어 붙이는 콜라주 기법으로 그러한 목적을 수행했다. 비극적인 죽음, 80년대의 상처를 형상화했다”
리얼리즘 화풍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음은 천만다행입니다. 그러나 대형 상업화랑에서만 기염을 토할 일이 아니겠죠. 메이홀은 개관이래 줄곧 어두운 역사현실에 눈감은 예술의 퇴행을 경고하면서 시대의 참람함에 맞서는 예술의 웅혼하고 강직한 분투를 격려해왔습니다. 그게 바로 광주정신이요 오월항쟁의 연속선상일 것입니다. 내우외환을 겪어왔습니다만 발을 빼거나 뒤로 물러설 수 없었습니다. 이에 오늘 박불똥 신작전이라는 절정, 극점을 찍는데까지 이르게 된 것입니다.
이번 전시 내용은 세월호 참사를 비롯 오월 항쟁 에피소드와 숭악한(흉악한) 국가폭력, 뿌렁구(뿌리)깊은 탐욕적 자본에 노출된 국민들의 피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해지기 전에 와라이. 다 같이 저녁밥 묵게”(한강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 중에서) 박불똥의 작품엔 족쇄 같은 제국의 음료 콜라병과 전선마다 꼿꼿한 양물 핵무기만이 솟아있는 게 아닙니다. 한편엔 아늑한 저녁밥이 있고 시민군의 주먹밥이 놓여있네요. 재기발랄한 포토몽타주는 시대를 묵직하게 가로지르면서 합성, 재현, 조합, 복제, 마주하기 불편한 낌새로까지 쇼크를 선물합니다. 쇼크가 때로는 감동어린 생의 대면이라면 억지춘향일까요?
광주 시민 여러분. 심장이 뛰는 관람이 되시옵길 비나리손 모아봅니다. 광주여 민주여. 불꽃 사랑이여. 다시 깨어나길...
2016. 5. 11
임의진(메이홀 관장, 경향신문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