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화술사의 미술 놀이와 장벽을 훌쩍 넘는 날개 여행
임의진의 예술작업은 전방위이면서 야인의 면모를 발설하는 복화술사와 같다. 그 자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음악을 하고 ‘자기 나름의 예술’을 시도하는 작가다. 동시에 일명 허수아비 닭 그림 사건으로 기억되는 홍성담 화가의 세월오월 광주 비엔날레 사건(?)의 현장이었던 메이홀의 관장을 맡고 있기도 하고, 경향신문에 10년이 넘는 장기 필진이기도 하니 국내외 문화예술계에 시종 도발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다.
통합, 통섭, 융합, 다종이라는 용어가 이제는 낯설지 않은데 그는 오래전 성공회대학교 등에서 이러한 실천적 행위를 앞서 강의하기도 했다. 그는 이야기가 멈추기도 전에 이미 무엇인가를 궁구하는 선행자이며 일정하게 반복되는 무엇에는 근처라도 가지 않는 방랑자다.
이번 전시에서는 뉴아트 행동주의 작가 강영민 등과의 만남이 인연되어 코너 전시를 진행하는 화답으로 붓글씨에 담은 러브 하트 패러디 박스를 준비하기도 하였다. 또한 독창적인 우드 아트는 인도의 아잔타 석굴사원의 볼록한 카르타무카 사찰 장식이나 현대의 미래파에서 비롯된 인쇄 장식(Rilievo Tipografico)을 연상하게 하기도 한다. 이번 전시는 지난달 베를린에만 두어 주 머문 하기휴가의 뒤풀이와 같은 성격으로 빔 벤더스 감독의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 성격이다. 지상의 숨을 들이마시는 삶을 경탄하는 이 영화처럼 천사들이 우주의 지평선에서, 땅에 발을 딛고 춤을 추며 놀고, 구스타브 말러와 꽃의 환영들이 바람길을 달려가는 등 장소의 탈영토화로 과감한 출구의 숨길(호흡)을 맛보게 만든다.
작가의 수행적 능력(Perfomative)은 자각의 다양성을 결합하고, 죽음을 향한 존재가 아닌 현존재를 감사하는 순례자로서의 영성은 작가의 자유로움(Unhinged)에 한껏 묻어나 있다.
전시회 OST에 수록된 Ich Habi Noch einen Koffer in Berlin(내 수트 케이스는 여전히 베를린에 있다오)는 불리 불란이 처음 부른 노래로 마를렌 디트리히가 유명하게 만든 노래다. 노래 제목처럼 베를린을 기억하는 사람은 이 노래도 기억한다. 무엇인가를 두고 온 사람처럼 우리는 어딘가를 그리워한다. 세계의 아티스트들이 즐겨모이는 베를린에서 놀다가 막 돌아온 작가가 천사를 대동하고 나타난다면? 천사는 신화처럼 새하얀 날개를 달고 말이다. 정치적 몽매, 인종적 편견과 종교적 광신을 걷어내고 싶은 사람들. 장벽을 날개로 넘어선 베를린의 통일과 연금술을 좋아하는 사람들. 그리고 미적 실험과 순수의 신비학(Mistica della Purezza)에 가슴을 적시고 싶은 사람들은 이 전시에 당겨 앉아 어떤 절대의 감응과 밀지를 구하여도 좋을 것이다.
(코너 아트 전시기획부)
전시 장소/
코너 아트 스페이스(압구정 현대백화점 맞은편/ 강남구 신사동 580-6)
http://www.cornerartspace.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