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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담(58) 화가 |
광주 메이홀에서 ‘아홉개의 총알’전 여는 민중화가 홍성담씨
“발사되는 찰나 모습 떠올리며
새로운 회생 표현하고 싶었다”
공선옥씨 소설발표 등 행사도
“요게 몇 해 전 오월을 기념해 그리다가 놔둔 거예요. 이번에 총알을 그려넣어 완성했지요.”
9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남동 인쇄거리 들머리에 있는 ‘대안문화 공간’ 메이홀 4층 전시실에서 민중화가 홍성담(58·사진)씨가 작품의 배경을 이야기했다. 마침 메이홀 전시실에선 1980년 5월 치열한 총격전이 벌어졌던 옛 전남도청과 분수대 광장이 내려다보였다. 홍 작가는 작품 속 군인이 쏜 총에서 튕겨나간 총알을 가리키며 “초속 10㎞ 정도 되니까, 찰나다. 그 순간 쏘는 사람이나 (희생당한) 시민이 어떤 생각을 했을까를 문득 떠올렸다”고 말했다. “총알을 피하기보다 ‘툭 뛰쳐나가는 모습’을 담은 것은, 머리가 총알을 부술지도 모른다는 상상 때문이었습니다.”
오는 31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회 제목은 ‘아홉 개의 총알’이다. 홍 작가는 “4층에 전시된 회화와 설치 작품 7점에 사용된 총알의 수가 모두 9개”라고 말했다. 3층엔 남편을 기다리다가 총을 맞고 숨진 임신부를 파고든 총알과 자궁·태아를 그린 작품 등 8점이 전시됐다. 총알을 자양분으로 꽃이 피고, 두개의 총알이 돌면서 물고기와 사람이 어울리며 회생을 은유한 작품들도 눈에 띄었다. “애초 80년대 그렸던 오월 판화를 전시하자고 했어요. 하지만 대안문화 공간에서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고 싶었습니다. 광주항쟁의 가장 중요한 사물과 이미지가 뭔가요? 총과 총알이 아닌가요? 총알이 썩어서 새로운 씨앗이 되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는 80년 5월 당시 화실의 커튼을 찢고 종이들을 모아 시민군 선전원으로 활동했다. 97년 광주를 떠나 경기도 안산에 작업실을 두고 있지만, 지금껏 그는 ‘오월의 환쟁이’로 살아가고 있다. 89년 평양축전에 민족민중미술인 전국연합이 함께 그린 ‘민족해방운동사’를 북녘에 보낸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구속돼 고문을 겪고 옥살이도 했다. 지난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출산 그림을 발표했던 그는 이 시대의 금기에 끊임없이 저항하는 작가로 꼽힌다. 홍 작가는 “그림 수익금 일부를 젊은 작가들을 위해 내놓을 생각”이다.
오픈 행사가 열리는 10일 저녁 7시엔 특별한 축하 공연도 한다. 소설가 공선옥씨가 홍 작가의 그림 속에 나오는 총격을 명령받은 가해자 군인, 동생 영기를 염려하며 죽어가는 여공 순희, 젊은 임산부 등 세명의 이야기를 담은 ‘짧은 소설’을 직접 발표한다. 메이홀을 운영하는 목사 임의진씨는 ‘아홉개의 총알’이라는 시를 노래로 만들어 들려준다. 주홍 작가는 총소리와 주먹밥이 어우러진 씻김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